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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 반기문의 경고 “‘기후악당’ 한국에 남은 시간이 없다… 대통령 왜 미적대나”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올해 여름은 60일 가까이 장마가 지속됐고, 태풍과 폭우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집이 무너지고 차가 잠겼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다가왔는지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전문가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역설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기후’는 핵심적인 어젠다가 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반기문(76)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그 일을 해내겠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붙은 ‘기후악당’의 꼬리표를 떼겠다는 것이다. ‘UN 사무총장’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지난해 4월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초대 위원장직을 맡았다. 지난해 봄은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던 시기였다. 그는 깨끗한 공기와 맑은 하늘을 되돌려 놓겠다는 다짐으로 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지난 10월 19일 서울 광화문 인근 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세세한 수치와 날짜까지 언급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기후변화 해결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서는 다소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 올해 한국에서 나타난 이상기후(폭우와 잇따른 태풍 등)는 기후변화의 위협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지 체감하는 계기였다. 현재 기후변화는 얼마나 심각한 단계까지 이르렀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환경 변화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준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세(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가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에 접어들었고, 제6차 대멸종이 진행됨에 따라 동식물이 살 수 없는 지구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둘째로는 기상이변에 따른 재난, 농작물 피해 등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2020년 세계자연기금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약 9조8600억달러(약 1경1708조7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17년 기준 전 세계 GDP(80조달러)의 8분의 1 수준이다. 셋째, 기후위기는 결국 국민 건강에 엄청난 악영향을 초래한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는 동전의 양면 관계로 인간을 조기 사망에 이르게 하고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심화시킨다. 내가 전 UN 사무총장 자격으로 직접 참석해 조정했던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에 의하면 전문가들은 지구가 종말을 맞이하는 자정까지는 불과 100초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운명의 날 시계’는 핵전쟁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시계 분침을 1947년을 자정 7분 전으로 조정했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20년 1월은 불과 자정 100초 전이다.

반 위원장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기존의 성장 중심에서 생태가치를 중요시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극복 방안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Net-zero)을 선언하면서 탈탄소 녹색경제 사회로 나아가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우리 사회 전반에 내재화할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며 △유소년 기후·환경교육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생활 속 실천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 등을 주문했다.

실제 반 위원장에 따르면, 이미 유럽연합 등 120여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 또는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중국도 시진핑 주석의 UN 총회 연설을 통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반 위원장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감안해 우리 역시 실천 의지를 분명히 하고 목표달성을 위한 이행전략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의지 부족에 화가 난다”

–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문제가 핵심적인 어젠다로 여겨지지 않았는데, 이는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국민들 때문인가, 아니면 환경문제가 표심에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우리 정치 때문인가. “내가 학생이던 1962년,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서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 나가는 그날엔 국가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눈앞에 도래하였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한 대통령의 치사문을 기억한다. 당시는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국가의 희망과 발전’으로 칭송되고, 공단 기념비에까지 새겨지던 때였다. 고속 성장을 위해 질주하던 산업화 시대에는 경제발전이 최우선의 가치였고 정부와 국민 모두 환경에 대해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런데도 오늘날 우리 국민들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인 ‘쓰레기종량제’를 통해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일상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환경문제는 ‘누구의 탓이다’라고 원인을 규명하기 매우 복잡하다. 책임소재를 따지기보다는 현실의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만 굳이 꼽아보자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미래 국가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의 ‘정치적 의지 부족’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와 입법 활동이 상대적으로 전보다 활성화되고 있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 위원장은 ‘정치적 의지 부족’과 관련해 “아주 화가 난다”며 한 가지 사례를 언급했다.

“여수에서 제28차 UN기후변화협약 총회를 주최하겠다고 정부가 막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좋다는 거, 생색낼 수 있는 건 한다. 그러나 내가 볼 땐 ‘우리가 할 일부터, 숙제부터 좀 하고 하자’는 생각이다. 지난 7월 제주에서 226개 지자체장들이 모여 탈탄소화를 하겠다고 합의해서 발표했다. 지자체장들이 다 하겠다고 나서는데 정부는 왜 가만히 있는 것인가.

국제적 회의라는 것을 할 때는 주최국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Global Goals 2030·녹색 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도 개최된다. 우리 정부에서 굉장히 신경 써서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래서야 P4G 정상들이 오겠나. 난 그게 큰 걱정이다.

우리는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른 행태를 아직도 못 버렸다. 아주 화가 난다. 우리나라는 UN 사무총장까지 배출했다. ‘친정이 잘해야 출가한 사람도 떳떳하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내가 UN 사무총장 할 때도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었다. 지금 여수에서 뭘 개최하겠다고 하면서 정부는 안 움직이고 지자체만 움직이고…. 내가 여기 위원장 자리에 있으면서 매번 이야기한다. ‘기후악당’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창피하게 여기는지 알 수 없다고. 이런 이야기를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솔직하게 했다.”

– 문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나. “대통령은 몰랐다. 그런 이야기를 못 들은 것이다. 내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기후악당’이라고 하니까 깜짝 놀라더라. ‘왜 그런가’라고 하더라.”

‘기후악당’ 전해 들은 문 대통령의 반응

– 기후변화는 국제사회에서 치명적 문제로 거론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위기의식이 약하다는 평가가 실제 많다. “기후위기는 국제사회에서 인류가 당면한 가장 위협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한국의 기후대응 노력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독일의 민간 연구단체(GermanWatch)가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61개국 중 58위를 기록했다. 이 평가 기준에서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와 기후 정책 부문에서는 보통 수준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59위, 에너지 소비량은 61위로 거의 꼴찌를 기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대비 149% 증가(292톤CO2eq →727.6톤CO2eq)했다. 뿐만 아니라 높은 석탄발전 비중(40.4%),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2020년 현재 7기), 해외 석탄발전 공적금융 지원 등의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과거 6·25전쟁 후 최빈국에서 ‘3050클럽’의 7번째 국가로 성장하며 위기 속에 숨어 있는 기회를 볼 줄 아는 지혜를 증명해왔듯,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서도 함께 힘을 모은다면 능히 해결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 지난해 봄에는 역대 최악이라는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었다. 반면 코로나19가 덮친 올해는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여파는 덜했다. 원인이 무엇인가. “지난해 3월 우리나라는 관측 사상 최악, 최장 기간의 고농도 미세먼지를 경험했다. 국민들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등 원성이 높았다. 이에 미세먼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대통령 직속 범국가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지난해 4월에 출범한 것이다. 이후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문제를 중병에 걸린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의 개념으로 고강도 ‘계절관리제’를 정부에 제안했다. 계절관리제는 미세먼지 고농도 기간에 석탄발전소 최대 28기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역사상 가장 과감하고 혁신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 결과 계절관리제 시행 기간(2019년 12월~2020년 3월)에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27% 감소(33㎍/㎥→24㎍/㎥)하고, 고농도 일수(50㎍/㎥ 초과)는 18일에서 2일로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물론 계절관리제와 함께 양호한 기상상황, 중국의 배출량 감소, 코로나19로 인한 교통량 및 사업장 TMS(굴뚝원격감시)측정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코로나19와 기상 여건 같은 외부적 요인의 영향도 있었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우리가 내부적으로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한 점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한·중·일은 호흡 공동체”

–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우리 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보나. “동북아는 한·중·일을 포괄하는 경제 허브이자 ‘호흡 공동체’이다.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긴밀한 협력과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양국이 미세먼지 원인에 대해 ‘상호 책임공방(finger-pointing)’을 하는 것보다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공동대응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들어 긍정적인 것은 중국이 생태문명 건설을 주창하며 기후변화 및 대기오염 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앞으로 중국 및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 대기오염 대응 모범사례를 공유하는 등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할 것이다.”

– 지난 3년여간 추진되어온 탈원전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안전하고 깨끗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전제로, 국민이 수용 가능한 비용 수준에서 발전부문의 탈석탄화가 선행될 필요는 분명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10월 24~25일 양일간 ‘국민정책참여단 종합토론회’를 개최해 탈석탄에 따른 국가 전원믹스(석탄, 원자력, 천연가스, 재생에너지 등 전력공급원의 구성) 개선을 위해 원자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천연가스 등 주요 발전원의 구성 방향에 대한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최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미래의 주된 에너지원으로 삼기 위한 적극적인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45년까지 모든 발전원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도 국내 상황과 국제적 추세를 고려하여 2019년 6.5% 수준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향후 전력 생산과 공급과정 전체를 중앙에서 일방으로 통제하는 현재의 공급방식에서 벗어나, 분산형의 특성을 가진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에너지 프로슈머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

“중국도 2060 탄소중립 선언”

– 반 위원장은 지난 8월 광복절 성명을 통해 정부의 “그린뉴딜은 성찰과 철학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는데, 어떤 ‘성찰과 철학’이 결여됐다는 건가.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총사업비 160조원 중 46%에 해당하는 73.4조원이 그린뉴딜에 책정됐다. 그린뉴딜이 곧 한국판 뉴딜의 핵심 전략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탄소중립-녹색경제 사회 전환에 대한 방향을 시의적절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다만 충분한 성찰과 철학이 담긴 몇 가지를 보완할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그린뉴딜은 목표로서 탄소중립을 지향하고 있으나, 명확한 달성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2050 탄소중립’은 전 세계 120개국이 검토·선언했고 지난 9월에는 중국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또 그린뉴딜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수소차 보급 등 주로 개별 투자사업 위주이다. 큰 틀에서 산업, 발전, 수송 부문에서 전환의 비전과 전략이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탈석탄, 내연기관차량 퇴출, 고탄소 산업생태계 구조조정 및 공정 전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전략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

반 위원장은 유럽연합 등이 주도하는 ‘2050 탄소중립’ 선언에 한국이 주저하고 있다고 재차 비판했다. 현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 시점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는 것이다.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하겠다는 건 좋은데 ‘언제까지’ 지향하겠다는 건가. 정부와 대통령이 미적지근하게 하고 있다. (선뜻) 결정을 못 하는 게 포항제철이나 화학공장 같은 산업단지가 많은 상황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으로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덜커덕 발표를 하니까 우리에게는 어마어마한 압력이 됐다. 아무도 중국이 2060년까지 하겠다고 선언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먼저 치고 나온 거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UN 등에서는 이를 두고 아주 ‘리마커블(remarkable)’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렇게 치고 나가고 세계 120개국이 선언 또는 검토하고 있는데 거기에 한국이 아무 말도못 하고 있어선 안 된다.”

–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니 국제사회에서 산업화에 앞서 나간 한국은 2050년까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는 말인가. “나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할 수 있다고 본다. 30년 남았는데, 이 30년 사이에 과학기술의 발전은 아무도 가늠을 못 한다. 우리가 옛날에는 내연자동차 쓰면서 그게 최고인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 벌써 전기차와 수소차가 막 치고 나가지 않나. 현대자동차에서도 전기차·수소차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고, 전 세계가 그렇게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는 2030년까지 ‘넷제로’가 아니라 ‘네거티브’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배출량을 제로보다 더 밑으로, 마이너스로 하겠다는 것이다.”

반기문 위원장(오른쪽)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격려 오찬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반기문 위원장(오른쪽)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격려 오찬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국의 2030 감축 목표치에 얼굴 화끈”

– 과거 정부 때도 BAU(Business As Usual·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배출이 예상되는 온실가스의 총량) 기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최대 37%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비현실적 목표라는 비판을 들었다. 현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전 정부의 목표치는커녕 탄소 배출량이 이전 정부보다 더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도 많다. “UN 사무총장이던 2015년 한국 정부가 UN에 제출한 자발적 국가 감축 목표에 2030년 BAU의 37%를 감소하겠다고 ‘야심 차게’ 발표했다. 다른 국가들은 과거 시점의 실질 배출치를 기준으로 줄이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예상치를 가지고 무책임하게 정한 것이다. 당시 UN에서 나를 보고 ‘SG(Secretary General·사무총장의 영어 표현), 이거 부족하다’ 이렇게 말하는데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8년에는 ‘2015년 배출량보다 22.3%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건 오십보백보이다. 똑같은 말을 다르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표현만 다를 뿐 결국 2030년까지 줄이겠다는 절대량은 5억3600만t으로 똑같다. 실절적인 감축량 자체에는 변동이 없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15년 6억9250만t에서 2016년 6억9350만t, 2017년 7억980만t, 2018년 7억2760만t으로 증가했다. 1990년 대비 총배출량의 증감률은 142.7%에 달한다. 이러한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은 태양광발전량을 늘리는 과정에 LNG 가동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LNG가스가 석탄보다는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지만, 이 역시 석탄의 44%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UN 환경프로그램(UNEP)이 발표한 ‘배출량 격차 보고서 2019’`는 한국의 2030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체 감축 목표 대비 15% 이상 증가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1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모아보면 그는 기후위기론에 크게 동의하지 않으며,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UN 사무총장으로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타결을 위해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은 것을 가장 중요한 성과로 여긴다. 때문에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는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본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으나, 파리협약 탈퇴는 정치적·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에 부담인 만큼, 미국은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 196개국이 서명한 파리협약의 타결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결집된 의지의 표현이자 미국의 리더십과 중국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결과였다. 이러한 국제적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복귀가 필수적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온실가스 세계 2위 배출국(13.1%)인 미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국가들이 점차 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2940개의 행정구역·기업·대학 등이 파리협약 이행 캠페인인 ‘We Are Still In’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멕시코·중앙아메리카인 약 140만명의 이주를 유발하여 미국 내 이민자 유입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향후 10년간 기후변화에 1.8조달러를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7조달러의 수익이 예상되는 반면, 투자하지 않는다면 10년간 250만개의 일자리가 소멸되고 4조달러의 GDP 손실이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 위원장이 “파리협약 탈퇴로 미국도 정치적·경제적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언급한 이유다.

“파리협약 탈퇴로 미국 부담 느낄 것”

– 지난 9월 한 포럼에서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에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고 공동의 번영을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 흐름은 ‘고립주의’ ‘자국 우선주의’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 간극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나. “나는 그동안 UN 총회, WHO 총회와 뉴스위크, 파이낸셜타임스 등 다수의 언론 기고문과 인터뷰 등을 통해 지금의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가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세계 각국이 다자주의를 강화하기보다는 각자도생과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UN을 중심으로 다자주의에 기반한 국제협력 회복만이 코로나19 팬데믹을 포함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유일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UN 사무총장 시절을 떠올려 보면, 당시 에볼라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UN 최초로 보건유지군 형태의 UN 에볼라 긴급대응 미션(UNMEER)을 서아프리카에 급파했고 UN 안보리의 신속한 결의안 채택, UN 에볼라 대응 신탁기금 설치, 에볼라 대응 특사 임명 등 UN 본부 차원의 전방위적인 대응을 한 바 있다. 기후위기는 코로나19처럼 어느 한 국가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도자들은 공동의 우선순위보다 개별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면 모두를 다 잃게 될 것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해 9월 UN 기후행동정상회의 개막식에서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많은 정상 앞에서 ‘여러분은 공허한 말로 내 꿈과 어린 시절을 앗아갔다 …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며 분노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반 위원장은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세 가지를 자신과 약속했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깨끗한 공기와 맑은 하늘을 되돌려 드리겠다, 우리나라가 ‘기후악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떼고 기후선도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 지구촌 공동의 약속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고 이를 위한 사회·경제 체제의 대전환을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역임한 지난 1년6개월간 국민정책참여단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높은 열망을 느꼈다고 한다. 반 위원장은 “낙관자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기회를 보고, 비관자는 어떤 기회 속에서도 어려움만 본다”는 처칠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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