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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 ‘보이루’, ‘위안부 매춘’…학문의 자유인가, 명예훼손인가

학문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일까?
사진 설명,학문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일까?

논문 속 내용은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을까?

근래 파문을 일으킨 하버드 로스쿨의 마크 램지어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논문과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의 윤지선 교수의 ‘관음충’의 발생학 논문은 각종 SNS와 학계 내 이른바 ‘학문의 자유’ 논란의 중심이 됐다.

둘 다 비방성 주장을 충분한 검증 없이 다뤘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에 학술적 근거가 빈약한 모욕적 표현이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쏟아졌다.

무슨 일이 있었나?

윤지선 교수는 가톨릭대 철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던 재작년 12월 ‘관음충’의 발생학: 한국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homomorphism)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이라는 논문을 철학연구회 학술지를 통해 공개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유튜버 ’보겸‘이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보지`와 인사말 ‘하이`의 합성어이자 “초등학생부터 2030까지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혐오 용어 놀이의 유행어처럼 사용되는 ‘보이루`라는 용어를 “전파”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제는 유튜버 보겸이 지난 2월 해당 논문으로 인한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영상을 올리며 SNS상의 큰 화제가 됐다.

그가 논문을 게재한 철학연구회, 윤 교수가 재직한 가톨릭대, 한국연구재단 등을 상대로 해명과 자정을 요구하는 영상은 평균적으로 100만 회에서 3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유튜브 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논란이 되자 윤 교수는 3월 해당 각주를 수정했다.

수정된 각주에는 보겸이 용어를 전파했다는 내용이 빠지고, 그가 ‘보겸+하이루’를 합성’하여 ‘보이루’를 인사말처럼 사용했다는 설명이 추가됐다.

철학연구회는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11일 2차 비대면 화상 상임이사회를 열고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해당 각주 18번의 서술을 수정하도록 요구하였고, 이를 윤 교수가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겸은 충분한 사과와 해명을 듣지 못했다며 계속해서 대응을 이어나갔다.

윤 교수의 논문 각주에 명예가 훼손됐음을 주장한 유튜버 보겸
사진 설명,윤 교수의 논문 각주에 명예가 훼손됐음을 주장한 유튜버 보겸

그가 가장 최근 법적 대응을 예고한 영상은 28일 기준 32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3만60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그리고 법무법인 제하 이인환 변호사는 이번 영상을 통해 윤 교수와 보겸 사이 ‘보이루` 논란이 ‘개인의 명예와 인격적인 가치, 학문의 자유가 충돌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관련 청원도 올라왔다.

지난 24일 올라온 한 청원의 청원자는 해당 논문에 “수많은 혐오적 표현들이 난무”한다며 이 논문의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런 학술지를 방치하게 된다면 유사한 혐오적이고 비상식적인 논문들이 버젓이 학술지로서 등재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28일 현재 7만7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비슷한 제목의 또 다른 청원은 윤 교수의 논문을 옹호하는 근거로 거론되는 ‘학문의 자유’를 언급했다.

그는 “학문의 자유가 쉽게 침해될 수 없는 하나의 기본권이라 할지라도, 이 역시도 국가권력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으로 부터 도출되는 엄격한 비례원칙하에 제한될 수도 있는 자유로써 불가침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철학연구회 측도 앞서 언급한 지난 3월 입장문을 낼 당시 ‘학술 연구 활동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또한 학술 연구가 사회와 어떻게 소통하고 갈등을 조정할 것인가의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며 “본 학회는 그간의 학술논문 심사 체계에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학술계 외부와의 소통에 미비한 점은 없었는지 다시 살펴보고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윤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논문이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한 것이 아닌, 특정할 수 없지만 개념에 의해서만 포착 가능한 복잡한 현상이나 체제를 다룬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보겸이 피해를 호소하는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학문의 자유 논란…처음 아니다

학문의 자유를 주제로 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논문을 통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 역시 ‘학문의 자유’에 대한 논쟁을 야기한 바 있다.

램지어 교수는 당시 논문에서 1938년에 상하이 위안부 구역에서 일본 여성에게 제공된 샘플 계약서를 근거로 제시했는데, 일각에서는 이 계약서가 여성들을 “ianfu”(comfort woman, 위안부)가 아닌 “shakufu”(barmaid, 작부)로 묘사하고 있다며 ‘성계약서`가 있었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이를 토대로 램지어 교수가 별도의 근거가 빈약한 상태에서 성노예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노스웨스턴 대학 역사학 교수 에이미 스탠리, 싱가포르 국립 대학 역사학부 조교수 사야카 카타니 등 다섯 명의 역사학자들은 논문의 부정확성을 지적하며 ‘논문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논문의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도 일어나 세계적으로 3500명 이상의 학자가 동참했다.

이어지는 비판에 램지어 교수는 자신을 향한 비판이 학문의 자유를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4일 일본 우익 단체인 국제역사논전연구소와 나데시코액션이 도쿄에서 ‘램지어 논문을 둘러싼 국제 역사 논쟁’을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영상을 통해 “절망했다. 학문의 자유를 완전히 무시하고 학자(자신)에게 ‘암살미수’ 같은 행위를 한 뒤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가진 학자가 논문이나 발표를 통해 서로 비판하는 것이 학문을 추진하는 기초라는 원칙이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한 사람의 교수에 대한 괴롭힘의 문제가 아니라 한층 심각한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일을 성실하고 자세하게 포괄적으로 가능한 한 편견 없이 전달하는 것, 학문의 자유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오늘의 과제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문의 자유 지켜지려면 동료들과 학술지의 역할 중요’

램지어 교수와 윤지선 교수의 논문 외에도 학문적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이전에도 있었다.

해외에서는 데이비드 어빙이 책에서 자신을 ‘나치 옹호자이자 히틀러 숭배자이며 홀로코스트 부인론자`라고 표현한 홀로코스트 연구의 권위자 데보라 립스타트 교수와 출판사인 펭귄북스와 립스타트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당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강의 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류석춘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에 고소를 당했다.

이렇듯 위 사례들도 법적인 공방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술적 의견은 법이 아닌 “학계에서 스스로 걸러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논문을 통한 학문적 주장이 표현의 자유의 허용범위를 넘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동료학자들에 의한 논문심사과정에서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학자들이 `빈약한 증거`를 토대로 법적 조처를 마주한다면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억압될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다만 그는 “심사과정이 존재하지 않고, 논문이 악의적으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침해할 목적이나 내용을 지니고 있을 경우에는 예를 들어 명예훼손으로 인한 형사책임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책임감 없는 학술지를 걸러내기 위해 부실학회나 부실학술지(이를 부실학회, 해적학회, 해적학술대회라고 부르기도 함)의 명단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학문공동체의 자정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홍 교수는 법 혹은 제도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학문의 자유에 대한 외부적 혹은 국가적 개입이 될 수 있으므로, 우선적으로 선택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최후적 혹은 보충적으로 선택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학문적 의견이 가짜뉴스와 같이 ‘거짓말’로 구성이 됐다 하더라도 이를 처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법의 영역이라 볼 수 없다며 “허위의 사실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기존의 법령을 기축으로 하되 사회의 자율적인 자정작용이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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