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단 괴롭힘과 폭력, 자살 시도 등을 겪어온 한 여성이 방글라데시의 첫 트랜스젠더 뉴스 앵커가 됐다.
올해 29살의 타슈누바 아난 시시르는 현지시간 지난 8일, 한 민영 방송사에서 3분짜리 뉴스를 진행했다. 그는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학업을 쌓고 경력을 발전시키며 인생을 보내기로 했다며, “이제 이를 실현할 플랫폼을 찾았다”고 BBC에 말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는 약 150만 명의 트랜스젠더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대개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며 일부는 구걸이나 성매매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시시르는 청소년 시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됐지만 성적 학대 같은 ‘정신적 고문’을 겪어야 했다. 그는 가족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특히 안타까웠다며 아버지는 더 이상 자신과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고향을 떠난 그는 수도 다카와 나라양간지 등지에서 혼자 지냈다. 학업을 결심하고 나서는 공중보건학 석사를 따기 위해 다카에서 지냈다.
“전 한 번도 학교를 떠난 적이 없어요. 제 육감은 항상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죠. 학업에 정진하다 보면 어딘가로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매일 같이 쏟아지는 수백가지의 모욕을 견뎌가며 책을 봤어요. 마음속에는 그저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밖에 없었죠.”
시시르는 앞서 여러 방송국에 지원했지만 용기 있게 자신을 받아준 곳은 민영 방송사인 보이샤키 TV뿐이었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보이샤키 TV의 대변인 줄피카르 알리 마니크는 “일부 시청자의 반발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면서 “이는 역사적인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시시르는 방송 직전까지 속으로 떨고 있었다면서도 자신이 과거 활동했던 무대 연극들을 생각하며 그동안 배워온 대로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뉴스를 모두 읽은 후 그는 밀려드는 감정에 휩싸여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어린 시절에는 보통의 남자아이 혹은 여자아이와 다른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났었지만 지금은 LGBT 공동체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고 BBC에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신이 저를 만들고 나서 이 공동체의 운명을 발전시키는 길을 닦도록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시시르는 올해 말, 두 편의 영화에도 출연이 예정돼 있다.
지난 2013년 방글라데시 정부는 트랜스젠더를 별도의 성별로 인정했고, 5년 후에는 이들이 제3의 성별로 투표 등록도 할 수 있게 허용했다.
다만 시시르는 아시아 지역 전체로 볼 때 첫 트랜스젠더 뉴스 앵커는 아니다. 2018년 파키스탄에서는 마비아 말리크가 현지 민영 방송사 코헤누르에서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2014년에는 인도의 파드미니 프라카쉬가 뉴스 방송을 진행한 첫 트랜스젠더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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