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여군들의 말하는 ‘라떼는 말이야~’
이제 남자들만 군대 이야기를 하는 시대는 끝났다.
2020년은 대한민국 여군 창설 70주년이었던 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여군은 1만2600명, 군 간부의 6.8%가 여성이었다. 여군의 규모는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오랜만에 다시 군복을 입고 한 자리에 모인 세 여성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라떼 이야기’를 쏟아냈다.
숙명여대 ROTC를 마치고 육군 중위로 전역한 노찬희 씨,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공군 소령으로 전역한 정윤서 씨, 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 대위로 전역한 심미소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제는 민간인이 된 장교 출신의 세 여성들에게 여군 시절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여군, 전체 간부의 6.8%
한국에 여군이 창설된 지 70년이 넘었다. 6.25 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 최초의 여군 부대인 ‘여자 의용군 교육대’가 탄생하면서 여군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 긴 시간 속에 여군은 수많은 ‘최초’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1955년 5월 최초의 여군 훈련소가 창설됐고, 1969년 9월에는 최초의 공수 요원 9명이 탄생했다.

1981년 최초의 여군 헬기 조종사가 나왔고, 1997년 공군사관학교에서 처음으로 여생도 입교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한국의 여군 비율은 2019년 기준 전체 장교와 부사관 가운데 6.8%로, 1만2602명에 그친다. 지난해 1월 말, 국방부는 제9차 여군 비중확대 및 근무여건 보장 추진협의회를 개최해 여군 인력 확대와 양성평등 지원, 시설 확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군의 군사 훈련, 무엇이 다를까?
보통 여성이 장교나 부사관이 되기 위해 군대에 입대하면 남성과 제대를 분리해 따로 훈련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성, 남성이라는 성을 떠나서 모두가 ‘군인’이 되고자 모였기에 군사 훈련도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받는다. 다른 점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했던 정윤서 씨는 1학년 하계 훈련에서 시행하는 행군에서 남자 동기생들과 똑같은 17킬로그램의 군장을 메고 똑같은 거리를 함께 행군했다. 그는 동기들 가운데 가장 키가 작아 늘 신체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이 어려움이 성별 때문이라기보다는 “개개인이 갖는 신체 조건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여대 가운데 처음으로 ROTC를 선발하기 시작한 숙명여대에서 ROCT 2기였던 노찬희 씨는 2년간의 학군단 시절, 매일같이 강도 높은 군사 훈련을 받았다고 말한다.
여대에서 처음 시행되는 ROTC였기에 “너희들은 어항 속에 든 금붕어다”, “너희들이 잘 해야 후배들에게도 길을 열어 줄 수 있다”는 정신 교육도 많이 받았다.

특히 그는 체력 조건에서 남성 동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항상 구보와 근력 운동을 하며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했다고 말한다.
생리 멈춤? 생리 열외?
남성과 가장 구별되는 여성의 신체적 현상 가운데 월경이 있다. 많은 여군들은 ‘민간인’에서 ‘군인’이 되기 위해 받는 첫 군사 훈련 이후 월경이 중단되는 현상을 경험한다.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고강도 훈련을 갑자기 받다 보니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대부분 훈련 기간이 끝나고 몇 달 뒤 다시 월경을 회복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여생도를 포함해 여군이라면 누구나 ‘생리 열외’라는 말을 안다. 여성이 월경을 하는 기간에는 구보에서 빠질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여성의 월경은 개인차가 커서 극심한 월경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별 증상 없이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만약 여군이 월경통이 너무 심해 구보를 뛸 수 없을 경우 ‘생리 열외’를 사전에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정 씨는 생도 시절, 여생도가 생리 열외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회상한다. 아무리 내 컨디션이 나빠도 군인으로서 해야 하는 본분을 다 해야 한다는 생각, 여자라는 이유로 훈련에 빠지고 싶지 않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군대엔 여자 화장실이 없다?
군대 내 여성 전용 화장실의 경우, 2019년 기준 2200개의 소요 가운데 1346개를 보유해 여전히 823개의 여성 전용 화장실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설 부족 문제는 때때로 여군의 보직 제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유격장과 야영지 등의 훈련장이나 초소와 격오지 등에서 여자 화장실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이럴 때 여군들은 대부분 남자 화장실을 사용한다.

육군 중위로 전역한 노 씨는 “나 하나를 위해서 여자 화장실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한국 군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여군 비중확대 및 근무여건 보장 추진협의회에서 여성 전용 화장실과 편의시설 등 필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부대에 이를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자로서 경험한 ‘군대의 가치’
한국의 여성에게는 국방의 의무가 없기에 대다수의 여성은 군대가 어떤 곳인지 알기 어렵다. 그렇다면 여군 장교로 근무하며 그들이 느낀 것은 무엇일까?
노 씨는 “지휘관이 똑똑하지 않으면 아래 병사들이 너무 고생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리더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고민해 보고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정 씨는 “지독히 매운 가스도 마셔봤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공수 훈련도, 살아있는 닭과 토끼를 잡아 먹는 조종사 훈련도 해 봤다며, 인생의 어떤 역경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내공을 쌓았다”고 말한다.
간호장교였던 심미소 씨는 “항상 일어나지 않는 전시 상황을 가정하고 하는 수많은 훈련에서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니 필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며 “군을 지키는 장병들에게 지금 너무 소중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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