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여성 코미디언 양리의 발언이 화제다. 최근 코미디쇼 ‘록엔 로스트’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양은 요즘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미디언이다. 매주 그는 관객 앞에서 스탠드업쇼를 선보인다.
그는 중국에서는 낯선 스탠드업 코미디를 통해서 남녀 차별 주제를 주로 다뤘다.
그를 응원하는 팬도 많지만, 모두가 양리의 유머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그의 발언은 중국에서 큰 논란이 됐다.
양리는 지난 12월 방송된 스탠드업쇼에서 남자 동료가 아이디어를 논의할 때 자신에게 “남자의 한계를 시험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농담으로 “남자들에게 한계라는 게 있긴 한가요?”라고 말했고, 이 발언으로 중국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중국의 남성 네티즌들은 양리가 ‘성차별’과 ‘남성 혐오’를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한 남성단체는 소셜미디어에 양이 “반복적으로 남성을 모욕하고 성적 갈등을 부추긴다”며 그를 중국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양의 지지자들은 유머 감각이 없는 남성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스트 운동과 스탠드업 코미디 장르가 모두 익숙하지 않은 중국의 대중문화에 양의 농담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중국에선 유머가 통하지 않나?
중국 문화에 코미디 장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중국에는 두 희극인이 무대에 올라 농담을 서로 주고받는 상성(相聲)이라는 오래된 전통 코미디 장르가 있다.
다만 서구에서 희극인이 혼자 무대에 올라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장르와는 매우 다르다.
스탠드업에서는 관객이 농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 관객들은 이에 당황할 수 있다.
베이징에서 코미디 클럽을 운영하는 토니 추는 “서구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관객이나 권위자, 또는 사회 규범에 도전하고 공격”하는 장르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유머’가 무례하거나 경우 없다고 여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는 과거 그의 클럽에서 한 코미디언이 허난성 사람들을 주제로 농담을 했는데, 이에 화가 난 관객이 그를 공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공연을 한 코미디언도 허난성 출신이었다.
추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많은 희극인이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숨긴다고 설명했다. 문화적으로 금기시 될 뿐 아니라,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정치적 보복을 당하거나 일자리를 잃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양리의 최근 행보에 대해 중국 코미디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중국의 유명 코미디언인 치지는 웨이보에 “양은 진짜 스탠드업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이 글은 1억 번 이상 조회됐다.
‘전투적 페미니스트’
하지만 이 논쟁은 유머 자체의 문제 그 이상을 다룬다. 중국에서 페미니즘이 마주하는 어려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양리가 공식적으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에서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를 “전투적인 페미니스트”라고 조롱한다.
중국에서 여성의 권리를 의미하는 여권(女權)은 페미니즘을 의미한다. 중국 네티즌들은 권리를 뜻하는 원래 한자 대신 주먹 권(拳)을 사용해 전투적 페미니스트를 뜻하는 부정적인 표현을 만들었다.
한 대학생은 BBC에 “전투적인 페미니스트들은 상식이 통하지 않고 어디를 가나 공격적이며 특권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베이징의 법학 교수 추인은 웨이보에 “서구에서 온 젠더 정치”가 중국의 서민 단결을 위협한다며, 이는 “이성애자 남성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양리의 지지자들은 이런 반발이 그의 농담이 결국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집단에 의해 여성의 목소리나 시선이 묵살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남녀 역할에 대한 인식은 아직 중국 사회에 짙게 남아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라는 사회적 압박을 받는다.
중국의 여성 인권 운동가 시오징은 남성들도 성 고정관념의 희생자라고 말한다.
그는 젊은 남성이 많은 나라의 경우, 남성에게 차와 집이 있어야 결혼할 수 있다는 기준이 생길 뿐 아니라, 결혼 후에도 남성 혼자 가족의 경제활동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남성들이 이런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우울과 원망을 초래합니다. 근본적으로 뭘 바꿔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중국의 유명 페미니스트인 루핀은 BBC에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중국 페미니스트들은 특유의 정치적, 사회적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가부장제 때문에 페미니스트보다 반 페미니스트가 더 많은 당국의 지지를 받는다”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는 페미니스트들이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성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것을 ‘사회 불안정 조장’이라며 비난해왔다. 사회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페미니스트를 압박했다.
앞서 2015년 버스와 지하철에서 성희롱 예방 스티커를 나눠주는 캠페인을 준비하던 다섯 명이 체포된 바 있다.
또 2018년에는 ‘페이니스트 보이스’라는 이름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삭제됐다.
지난 12월 중국 미투(MeToo) 운동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는 재판이 시작됐지만, 중국 관영방송은 이 재판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았다. 웨이보에는 해당 사건이 ‘외부 세력’에 만들어낸 논란이라는 허위 사실이 돌기도 했다.
루는 “많은 사람이 중국 페미니스트들이 외국 세력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며 “이런 주장이 신빙성을 얻는 이유는 정부의 논리를 따르고 복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리의 스탠드업 코미디가 논란이 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당국이 양의 공연과 관련해 공식적인 조사에 착수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현재 그를 신고하겠다는 글을 내려갔다.
양은 아직 이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BBC의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그는 소셜미디어 계정에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이 업계에 있기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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