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할리우드 배우 샤론 스톤은 1992년 작 ‘원초적 본능’에서 그 유명한 경찰 취조 중 다리를 꼬는 장면을 촬영하던 당시 속옷을 벗으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출간된 회고록에서 이같이 촬영 중 속옷을 벗으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썼다. ‘흰색 (속옷) 때문에 조명이 반사된다’라는 이유였는데 ‘아무도 볼 수 없다’라며 안심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은 물론 전 세계가 알아차렸듯, 상당히 많은 부분을 볼 수 있었다.
폴 버호벤 감독은 이를 부인했다. 버호벤 감독은 스톤이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었기에 그의 말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톤은 억지로 시켜서 그렇게 촬영을 했고, 그 일로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을 피할 수 있었을까?
“쉽게 피할 수 있었을 거예요.” 인도 최초이자 유일의 공인 베드신 코디네이터 아스타 타나의 말이다. “제가 거기 있었다면 샤론 스톤에게 살색 속옷을 줬겠죠.”
‘원초적 본능’이 촬영되던 1990년대엔 초반 베드신 코디네이터, 즉 노출이나 베드신 촬영에서 배우가 편안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7년 ‘미투 운동’ 이후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만연한 성 희롱과 성 착취가 큰 문제로 떠오르며 이 같은 역할이 중요해졌다.
2018년 HBO는 1970년대 뉴욕의 포르노 산업과 섹스를 소재로 한 작품 ‘더 듀스’를 제작하면서 배우 에밀리 미드의 요청으로 베드신 코디네이터를 처음으로 고용했다. 이후 HBO는 베드신이 들어가는 모든 작품에 베드신 코디네이터를 고용했고, 곧이어 넷플릭스·아마존과 같은 다른 제작사들도 그 뒤를 이었다.
이후 몇몇 제작소와 제작자, 감독들이 촬영장에 베드신 코디네이터들을 쓰기 시작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변화의 바람은 인도까지 불어왔다.
26세의 카나는 자기 일을 안무가나 무술 감독의 일과 비교할 수 있으며, 자신은 베드신을 담당한다고 했다.
“무술 감독은 스턴트 촬영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것처럼 베드신 코디네이터는 섹스, 노출, 성폭력이 들어가는 장면에서 안전을 책임져요.” 그는 인도 뭄바이에서 이뤄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베드신 코디네이터로서 감독과 배우들을 중재한다고 설명했다.
“제 일은 배우들이 착취당하지 않고 안전 수칙을 지켜 촬영하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배우도 5년이 지난 뒤 그때 좋지 못한 경험을 했다고 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배우들과 카나는 어디까지 노출에 동의하는지 등 수위에 대해 논의한다. 그는 촬영장에 ‘가림막과 노출을 가려줄 의상’을 가져간다.
그의 도구 상자에는 사타구니 가리개, 유두 가리개, 살색 테이프, 섹스신 촬영에서 배우들 간 중요 부위가 닿지 않도록 해주는 도넛 모양 쿠션이 들어있다.
월경에 대한 단편 영화로 오스카 상을 받은 감독 만다키니 카카르는 카나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의 다음 작품은 ‘영화 전체가 친밀한 행위에 기반한다’고 한다. 그는 인도의 주류 영화 시장은 전통적으로 성과 노출을 꺼려 키스조차 터부시되며,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없는 영화는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엄격한 정부 규제와 심의로 인도 볼리우드 영화는 섹스와 베드신을 창의적으로 연출해왔다. 두 개의 꽃이 만나거나 새들이 키스하는 식이다. 또 끓어넘치는 열정을 표현하기 위해 끓는 우유 냄비를 보여주고, 구겨진 침대보 같은 것들이 섹스를 의미한다.
지난 수십 년을 거쳐 인도 영화에서도 키스 장면을 보게 됐지만, 현재 인도에서 노출과 섹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나 주문형 서비스에서 주로 인기다.
그러나 배우들, 특히 베드신을 할 것으로 기대받는 젊은 신인 여성 배우들에게 현 상황은 착취에 취약하게 만든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촬영장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모델이자 배우 안잘리 시바라만은 최근 넷플릭스용 작품 작업 중 촬영장에 카나가 있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가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첫 베드신을 촬영 직전 만난 남성 배우와 찍었어요. 저는 스포츠 브라와 팬티 차림이라 거의 벌거벗은 기분이었고 매우 떨렸죠. 완전 초면이었던 상대 남성 배우와의 키스신은 매우 불편했어요. 감독님에게 이에 대해 상의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그도 남자였기 때문이었죠.”
시바라는 “아스타가 상황을 쉽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우려하는 바를 감독에게 전달해 키스신 촬영은 취소됐고, 정사 장면 촬영 중 나와 상대 배우 사이에 도넛 모양의 방석을 배치해 민감한 부분이 닿지 않도록 했다”며 “기분은 좀 이상했지만 방석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인도 볼리우드 스타에서 감독으로 전향한 푸자 바트에 따르면, 경력 초기 여성 배우들은 비공식 베드신 코디네이터와 같은 역할로 어머니나 매니저를 촬영장에 대동한다.
그는 직접 영화를 연출하고 제작하기 시작했을 때 배우로서의 경험이 베드신 코디네이터와 감독의 역할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했다.
“저는 베드신 촬영에서 여성 배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을 최소한의 인력을 선별해요. 올바른 시각을 갖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죠. 2002년 에로틱 스릴러 ‘지즘(Jism)’을 만들 때도 저는 배우이자 여성으로서 비파샤 바수에게 그를 불편하게 만들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작품에 누드신은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지만 팽팽한 성적 긴장감이 넘치고 여자 주인공 비파샤 바수는 남자 주인공 존 아브라함을 유혹해야 했죠. 저는 바수에게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망설임이나 불편함 없이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을지 결정하라고 했어요.”
최근 넷플릭스의 히트작 ‘봄베이 베굼스’에 출연한 바트는 촬영장에 베드신 코디네이터는 없었지만 알란크리타 스리바스타바 감독이 편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밝혔다.
“알란크리타와 저는 베드신에서 어떻게 할지 상세하게 논의했어요. 우리는 서로를 신뢰했습니다. 감독이자 상대 배우로 신뢰했어요. 저는 집에 갈 때 기분이 나쁘거나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러면서도 그는 촬영장에서 베드신 코디네이터가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했다.
“방송사들이 촬영장에 베드신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변화예요. 세상은 많이 변해 요즘은 성추행을 당했거나 불쾌한 일을 당하면 이에 항의할 수 있죠. 정말 놀라운 일이며 예전과 비교해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어요.”
한편 카나는 자신이 촬영장에서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베드신 코디네이터 고용에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적 반발’은 보다 조율하기 까다로운 문제다. 배우가 반드시 그를 신뢰하는 것은 아니며 제작자와 감독들은 때로 그가 자신들의 권한을 밟고 설까봐 두려워한다.
“한 감독은 제게 ‘나는 내 배우들을 잘 알고 그들은 내 좋은 친구들이다. 내가 이미 그들과 얘기해 가족들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말하며 저를 해고했어요. 하지만 제작자가 저를 고용했기 때문에 감독은 저를 내칠 수 없었죠. 그래서 결국 감독은 저를 야외 촬영장으로 불러들였지만, 저는 촬영 내내 차 안에만 있어야 했어요.”
카나는 “그들이 이해해야 하는 것은 촬영장에 칼이 등장하면 무술 감독이 필요하듯, 대본에 베드신이 있다면 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트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 전혀 놀랍지 않은 이유는 인도의 많은 영화감독들이 ‘내가 하자는 대로 하든지 아니면 말든지’ 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화는 느리지만 일어나고 있어요. 업계에는 변덕스럽고, 당황스럽고, 시대착오적이고, 변화를 원치 않는 소수가 있죠.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옹호하고 심지어 강력한 사람들을 화나게 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써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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