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무려 20만 명에 이르렀다. 2차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다수 병원들은 수많은 환자들로 속수무책이다.
공식 사망 기록이 빠져있는 경우를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는 20만 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적으로 환자들에게 필요한 산소통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산소를 구해야 하는 일부 국민들에게는 암시장이 유일한 선택지다.
화장터는 쉼없이 운영 중이고, 주차장에 임시 화장터까지 만들어 가동 중이다.
동영상 설명,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31만 명… 아비규환의 인도
지난 일주일간 매일 최소 30만 명의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했다. 28일 기준으로 24시간 동안 36만 명 이상의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공식 접수된 감염자 수만 1790만 명 이상이다.
영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인도 물자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뉴질랜드, 프랑스는 응급의료장비를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지역 내 경쟁국인 파키스탄과 중국도 정치적 이견을 뒤로하고 원조를 약속했다.
미국은 29일 1억달러 이상 규모의 물품을 수송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개별 주들과 민간 회사들이 인도 병원들에 산소통과 관련 장비를 지원하는 것과는 별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해외 원조가 인구 13억 명의 인도에 줄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인도 정부가 만든 백신접종 등록 웹사이트는 28일 개설 직후 수만 명이 동시 접속을 시도하는 바람에 마비됐다.
북동부 아삼 주에서는 진도 6.4의 지진이 일어나 이미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는 병원들에 큰 피해를 줬다. 겁에 질린 사람들은 집과 건물에서 뛰쳐나왔다.
현재 인도의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충격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사망률 데이터는 정확성이 부족하다. 특히 시골 가정에서 일어난 사망은 집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부 현지언론은 기자들이 정확한 사망자 데이터를 얻기 위해 직접 시체 숫자를 세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보건담당 공무원은 이달 중 하루에 6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힌디어 신문은 공무원들이 “주도인 러크나우에서만 코로나19로 치러진 장례식 98건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타르프라데시의 한 남성은 ‘공포심을 유발하거나 사람들을 놀라게 할 의도가 있는 소문’을 퍼뜨린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환자인 자신의 할아버지를 위해 산소 공급을 도와달라고 트위터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됐다. 해당 글은 광범위한 분노를 일으켰고 남성은 감옥에 갈 뻔했다.
화장장들은 도착하는 시신을 모두 처리하기 위해 밤새 작업하고,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은 장례식을 치르기까지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다. 어떤 가족들은 시신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나무를 쌓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위험한 암시장
남부 도시 벵갈루루에 사는 한 의사는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BBC에 전했다. 벵갈루루는 인도에서 최악의 피해를 입은 도시 중 하나인데, 1km²당 약 300건의 코로나19 확진이 발생한다는 추정치도 있다.
그는 “우리는 2차 유행에 대비가 안 돼 있었다”며 “1차 유행 때는 상황이 잘 정리된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염 사례가 훨씬 많고, 더 갑작스럽고, 이런 상황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병원이 환자로 넘쳐나는 바람에 수많은 가정들은 집에서 가족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렘데시비르, 토실리주맙 등의 의약품과 산소통 가격이 급등한 암거래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도 공급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비카스 판데이 BBC 기자가 델리에서 보도했다.
판데이 기자는 “암시장에서 첫 3회분 렘데시비르를 사려고 돈을 모은 가족이 있었는데, 가격이 더 오르면서 나머지 3회분을 살 여유가 없었다”며 “환자는 계속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아픈 친척들을 인도 내 다른 병원으로 보내려는 사람들 덕에 일부 민간 제트기 회사는 비즈니스가 늘었다고 보고했다.
민간 제트기 회사 에어차터 서비스의 아시시 와스트라드 뭄바이 사무소장은 “병원에 가는 사람들은 환자의 가족이고, 그들은 인도 내 다른 지역에 병상이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사의 비행기가 코로나19 환자를 수송할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주간 역학 업데이트에서 지난주 전 세계에서 약 570만 건의 신규 감염 사례가 발생했고, 그 중 38%는 인도에서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또 인도에서 발견된 ‘B.1.617’ 변이 바이러스가 인도 내 다른 변이보다 증가율이 높다며, 이 변이의 높은 전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백신 접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1차 백신을 맞은 비율은 인구의 10% 미만에 불과하다. 최근 감염자 수가 급증하면서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도의 최대 백신 제조업체인 인도 세럼연구소가 미국에서 들어오는 전문 수입품이 부족하다고 호소한 후, 미국은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인도에 제공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백신의 첫 물량이 오는 5월 1일 인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뉴인디언익스프레스가 보도했다. 도착할 백신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마주해야 하는 비극
BBC 라지니 바이디아나단 남아시아 특파원
공포스런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주엔 매일 인도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주변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인도에서 일어나는 절망을 기록하고 있다. 절망은 델리뿐 아니라 인도 전국 곳곳에 존재한다.
“자이푸르에 있는 제 친구 아버지가 누울 침대 찾아줄 분 계세요?”
“우타르프라데시에 있는 제 친구 할머니에게 산소통을 줄 사람을 찾아요. 도와주실 분?”
“푸네에는 침대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죠?”
더 암울할 순간도 찾아온다. 한 친구는 “제 이웃이 어제 죽었다”며 “우리는 그에게 침대 하나 찾아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괴된 인도의 이미지를 재건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택시는 임시 구급차로 바뀌었고, 주차장은 화장터가 됐으며, 자유는 공포로 변했다.
델리에서 계속되는 봉쇄를 힘겹게 헤쳐나가는 또 다른 친구는 내게 “개랑 산책하는 동안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해외 원조가 닿기 시작했지만 충분치 않다. 넘쳐나는 감염병 사례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이 불타는 화장터 장작더미를 세계가 바라볼 때, 피할 수 없는 인도의 비극을 마주하게 된다.
비난에 직면한 인도 정부
인도가 주정부 선거를 앞둔 한편, 주정부와 인도 중앙 정부의 감염병 대응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선거 집회 참여를 우려하는 과학적 경고를 무시한 채 인도 북부에서 대규모 힌두교 축제를 허용한 이유로 비난받고 있다.
인도의학협회 부회장인 나브잣 다히야 박사는 모디 총리를 “모든 코로나19 수칙을 저버린 슈퍼 전파자”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 20일 세 차례 회의에서 열차와 군용기를 이용해 산소 공급을 촉진하는 등 산소 용량과 의료 인프라 확충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요기타 리마예 BBC 기자는 많은 사람들이 ‘왜 군대와 재난 대응팀이 야전 병원을 짓기 위해 전시체제에 돌입하지 않았는지’를 묻는다고 전했다.
라마예 기자는 “사람들은 국가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을 한다”며 “스스로 알아서 생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델리에서 카르나타카에 이르기까지 주정부 등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이 느슨해진 걸 허용하고, 전염병 전문가들이 경고한 필연적인 감염병 확산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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