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에는 침실만 있고, 안에 화장실이 없어요. 숙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공용 화장실은 전깃불이 없고 매우 더럽습니다. 숙소와 화장실 모두 추울 때는 너무 춥고 더울 때는 너무 더워요.”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로이 짠호는 밀양에서 농사일을 하며 매달 14만원의 숙소 사용료를 내고 있다.
이렇게 얻은 숙소는 화장실도 수도도 없다. 그나마 에어컨이 있지만, 이도 사용 기간이 정해져 있어 7월 전에는 사용할 수 없다.
14일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숙소 대책 토론회’에서 그는 증언자로 나서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실태를 호소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0일 경기도 포천에 있는 농장의 숙소용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행 씨가 숨진 채 동료들에 의해 발견됐다.
속행 씨의 죽음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숙소 문제가 여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또 최근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숙소 기준 강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뭐가 바뀌었나?
한국 정부는 지난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농·어촌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1일부터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와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고용주의 신규 고용허가를 불허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 사업장에서 비닐하우스 안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이용 중인 외국인 근로자가 희망한다면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다.
다만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바꾸려면 정부 고용복지센터에 신고하고 변경 사유를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게 그 과정이 복잡하고 특히 언어적·문화적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주노동희망센터 송은정 사무국장은 BBC 코리아에 “지금 기존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열악한 숙소

경기도는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며, 현재 2161개소 중 1852개소 조사를 완료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 중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지정한 곳이 697개소(38%), 비거주지역에 숙소가 있는 곳이 909개소(49%)인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 미신고시설을 숙소로 사용하는 곳은 1027개소(56%)에 달했다.
화장실이 외부에 설치된 경우는 458개소(24%), 샤워 시설이 외부에 설치된 곳은 195개소(11%)인 것으로 파악됐다.
건축법 시행령에 가설건축물은 전기와 수도, 가스 등 간선 공급이 필요하지 않은, 말 그대로 임시사용을 위한 건축물이다.
국토교통부 또한 건축법상 가설건축물은 상시 주거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부는 올해부터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가설건축물 숙소를 전부 금지한 것은 아니다.https://bbc.com/ws/av-embeds/cps/korean/news-57113816/p096fgkp/ko동영상 설명,
한파에 숨진 이주노동자… 열악한 비닐하우스 숙소는 그대로
비닐하우스 안에 있지 않다면, 가설건축물이라고 해도 현장 점검을 통과하면 이주노동자 숙소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거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있다.
농민들의 반발
반면 농민들은 정부 대책이 인력난을 심각하게 겪고 있는 농가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이날 ‘이주노동자 숙소 대책 토론회’에 참석한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현장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 변경은 현장의 극심한 혼란을 초래했다”면서 “대다수 농업인이 사업장 내 숙소를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숙소개선을 전제로 6개월에서 1년의 이행 기간을 부여한 상황이다.
반면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정부의 대책을 더 보완해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정영섭 집행위원은 “이주노동자를 사용하는 인력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기본권을 가진 주체로 봐야 한다”라며 “지금까지 정부는 거센 문제 제기가 있을 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는 “고용허가제는 정부 간 협약으로 외국인 노동자 안전에 대한 책임이 일차적으로 한국에 있다”며 “기숙사를 개별 사업주가 해결할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가 훨씬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활동가들은 당장 여름이 걱정이라고 말한다.
송 사무국장은 “추위는 옷을 껴입을 수 있지만, 더위는 피할 공간이 없고 비닐하우스 숙소에 에어컨이 다 설치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잘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 만큼 여름에는 위생 문제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주노동자들은 낮에도 온종일 40도가 넘는 비닐하우스에서 일 하고 나서 또 더운 숙소에 들어가게 돼요. 실제 2018년 여름에 이주노동자 폭염 사망 사건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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