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교회 사건때 한국의 탈레반 협상 미국인에 실망”

2007년 탈레반 샘물교회 교인 납치 사건 뒤 열린 아프가니스탄 철군 요구 집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분당 샘물교회 신도들이 반군 탈레반에 납치됐을 당시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벌인 일은 테러리스트에게 좋지 못한 메시지를 줬다는 평가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육군 군사(軍史)연구소가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아프간전에서 미 육군의 작전과 활동 상황을 정리해 지난 17일 펴낸 ‘고대의 땅에서 벌어진 현대전’이라는 제목의 책에는 이런 평가가 담겨 있다.

샘물교회 신도 23명은 2007년 7월 아프간에서 봉사활동을 벌이자 탈레반에 납치됐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살해됐고, 정부의 협상 노력을 통해 나머지 21명은 8월 말까지 세 차례에 걸쳐 억류 42일 만에 모두 석방됐다.

미 군사연구소의 책에는 “탈레반은 이들이 개종을 시키려 했다고 비난하지만 교회 지도자는 단지 구호 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적혀 있다.

이어 “미국인들에게 매우 실망스럽게도 한국 정부는 탈레반과 직접 협상했다”며 이를 두고 “한 미군 장교가 표현했듯이 적의 합법성을 인정하거나 홍보해주는 것”이라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또 6주간 협상 끝에 탈레반은 한국이 그해 연말까지 200명의 군대를 철수한다는 약속을 얻어낸 뒤 남은 이들을 석방했다며, 그 후 미 특수부대가 6주도 안 돼 납치범의 네트워크를 조직적으로 해체해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이 일의 메시지는 분명했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이 분쟁 지역에서 연합군의 일원이 철수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책은 미국의 전·현직 장교와 민간 전문가 12명이 ‘항구적 자유작전 연구그룹’을 결성해 집필됐다.

항구적 자유작전은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벌인 테러와의 전쟁을 일컫는 말로, 주로 아프간전에 많이 사용됐다. 미국은 아프간전 발발 약 20년만인 지난 8월말 미군 철수를 완료하고 전쟁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현재 아프간은 탈레반이 다시 장악한 상태다.

저작권자 © 연합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