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거리 두기를 격상할 때, 실내체육시설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종 중 하나다.
최근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격상하면서, ‘고위험’ 시설로 분류된 헬스장 운영도 중단됐다. 그렇다면 정말 헬스장은 과학적으로 음식점이나 상점보다 감염 위험이 클까?
영국의 한 헬스장 주인은 “돈 때문이 아닌 회원들의 정신적 건강과 육체적 건강을 위해 체육관 문을 열겠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1000파운드(147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영국 내에서 다른 업종은 영업하게 하면서 실내체육시설의 문을 열지 못하게 하는 정부 지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학적 배경
노팅엄 대학의 바이러스 전문가 조나단 볼 교수는 “운동을 격렬하게 할 때는 숨이 가빠지기 때문에, 더 깊게 숨을 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볼 교수는 BBC 뉴스비트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운동할 때 “물방울이나 에어로졸을 배출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헬스장에는 손잡이가 달린 기구가 많고, 운동하다 보면 얼굴을 만지고 쉽게 이런 표면을 만지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헬스장을 무조건 기피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볼 교수는 “이런 위험 요소는 기본 예방 수칙을 통해 극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컨 사용, 청결 유지,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소독을 잘 병행한다면 감염 경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보건부의 데이터를 봤을 때, 체육관을 고위험 시설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운영 권고를 내릴 때는 정부와 과학자들이 체육관을 왜 고위험 시설로 분류했는지 정확한 설명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이어 그는 “정부와 지방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곳에 집중함과 동시에, 이로 인한 경제적 여파 또한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 정책이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공감을 얻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펍 같은 경우에는 앞으로도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BBC 리얼리티 체크팀
분석
영국 보건부 역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실내체육관에서 발생한 감염 사례는 전체의 3%, 슈퍼마켓은 12%, 펍은 10%, 그리고 학교는 5%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통계만 보고 단순비교 하기는 어렵다.
10월 첫째 주에 영국에서 역학조사를 받은 신규확진자는 7만3561명이다.
이 중 2만776명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7일 내 외부 활동을 했고, 접촉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중 620명이 체육관을 간 적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체육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것은 아니다.
이 숫자는 전체 확진자 중 코로나19 감염이 가능한 기간 내 체육관을 방문한 사람을 가리킬 뿐이다.
그래도 620명이면 유의미한 숫자가 아닌가? 이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해진 시간 내 체육관을 이용했는지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같은 기간 내 슈퍼마켓을 이용했는지를 비교해 한다.
지난주 이동량 데이터를 보면, 체육관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은 장소 6위에 올랐다.
영국 정부가 이를 보고 그냥 넘어가지 않은 것이다.
정부 내 과학자문그룹 세이지(Sage)는 체육관 같은 실내레저 센터의 문을 닫는 것이 감염 확산 비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체육관은 안전할까
헬스 트레이너인 네이선 펜만은 영국 정부의 이번 규제에 대해 “솔직히 너무 이해가 안 가고 어이가 없다”고 BBC 뉴스비트에 말했다.
그는 체육관 문을 닫기 전 마지막 PT 수업을 진행하고 왔다며 “왜 가게나 음식점은 계속 문을 열 수 있는 데 체육관만 문을 닫아야 하는지 사람들은 이해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못 하는 것도 문제지만 체육관에서 운동하지 못하게 되는 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이 매우 중요한 이 시점에 정부가 나서서 체육관 운영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최악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회원들이 체육관을 찾을 때, 정부 권고를 성실히 따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영국 노팅엄에 사는 29세 잭 오클쇼는 이 상황을 좀 다르게 본다.

노팅엄에서 최근 확진자 수가 급증했지만, 아직 코로나19 위험 경보가 2단계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체육관도 문을 열 수 있다.
오클쇼는 “처음에는 몸이 너무 근질근질해서 최대한 자주 체육관을 찾았다”며 “체육관에 있는 직원들도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정작 체육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를 느슨하게 따른다”며 요즘은 체육관을 전처럼 자주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