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년 전 북대서양에서 침몰한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 유산 발굴을 위한 내부 진입 문제로 미국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AP통신은 타이타닉호에 대한 독점 인양권을 가진 RMS타이타닉사(RMST)가 선체 내부에 설치된 마르코니 무선전신기를 배 안에서 꺼내려고 하자, 유해 훼손을 우려하는 유족들과 타이타닉호 보존을 주장하는 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RMST가 회수하려는 이 전신기는 타이타닉호 침몰 당시 조난 신호를 보내는 데 사용됐다. 이를 통해 구명보트로 탈출한 700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RMST는 이 무선전신기를 전시하려고 한다.

논쟁은 지난 5월 버지니아주 노포크의 연방판사가 RMST의 타이타닉호 진입을 승인하면서 시작됐다.
미 정부는 지난 6월 이 사업이 연방법과 영국과의 협약에 위배될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면서 유족들과 같은 편에 섰다. 무선전신기를 회수하려면 배 갑판의 심하게 부식된 지붕을 절단해야 하는 등 선체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유해가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어 내부진입 과정에서 유해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문제를 희생된 고인에 대한 예우와 연관지은 것이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의 폴 존스턴 해양사 큐레이터는 “1500명이 침몰로 사망했다”면서 “일부 유해가 조류가 없는 깊은 곳에 묻혀 있지 않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일부 고고학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유해가 남아있을 것이라는 진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반면 RMST는 정부가 여론에 휩쓸린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브레튼 헌착 RMST 대표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과학보다는 감정에 근거한 결정을 내렸다”며 “이런 이슈가 단순히 대중적 지지를 위해 사용됐다”고 했다. 이 회사 고문인 해양학자 데이비드 갈로는 “뼈는 바닷물 화학작용으로 이미 용해됐을 것이고 살은 해양생물들이 다 먹어치웠을 것”이라며 유해가 이미 수십년 전 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이타닉호는 1912년 4월 14일 오후 11시 40분 영국 사우스햄프턴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중 북대서양에서 빙산에 부딪혀 침몰했다. 배는 2시간 만에 가라앉았고 사망자가 1500명 이상 발생했다. 타이타닉호는 침몰 70여 년이 지난 1985년이 돼서야 발견됐다. 이 사고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 ‘타이타닉’으로도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