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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단편소설] 뜸북새 오빠 마지막편

4장 (마지막편)

다음 토요일 아침, 정신과 의사는 예고도 없이 한국동요 CD를 여러 장 들고 불쑥 집으로

찾아왔다.

“오늘은 시어머니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 될 것입니다.” 그는 읏으면서 말했으나 은근히 긴

장도 되는 표정이었다.

그가 하라는 대로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각자의 방, 침대에 누여 놓고 방 가운데에 CD

스피커를 장치 해 놓고 그가 직접 들고 온 한국동요 “오빠 생각”을 조용히 그리고 가끔은

강하게 틀어주기 시작했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국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나는 어린이 합창단, 바이올린, 하모니카 그리고 아코디온으로 연주된 오빠생각, CD를 반

복해서 틀었다. 노래가 반복되면서 시어머니의 얼굴이 상기되더니, 아- 놀랍게도 동요를 따

라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사르르 눈을 감았다.

반대로 일본 사람인 친정어머니는 한국말을 이해 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눈만 말똥말똥 뜨

고 아무런 느낌도 없는지 천정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 때, 강석호 의사가 시어머니 옆으로가 손을 꼭 잡더니 조용히 물었다.

“김정선씨? 무엇이 보입니까?”

“예, 고향 땅, 여주, 여주가 보여요.”

“여주?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계십니까?”

“예. 세종대왕 릉이요, 그리고 7살 된 계집애들, 옛 친구들이요.”

“아직도 보입니까?”

“어-어-” 시어머니는 어 소리를 두 번 낸 후 조용히 잠이 든듯했다.

-남한강 물이 북쪽으로 흐르는 곳 강 언덕, 절벽에 신륵사가 우뚝 솟아 있으며 강 아래로

나룻배가 여러 척 흘러가고 있다. 은은하게 절간에서 울려나오는 종소리가 애처러웠다. 낡

은 기와집들과 초가집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였으며 7-8살 된 계집애들이 일렬로 서 소풍을

가는듯하다.

세종대왕 능 앞에 곤룡포를 입은 대왕이 “조선사람을 위해 내가 훈민정음을 만들었노라”라

고 선언하더니 이내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이들은 대왕이 사라진 방향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순간 일본순사들이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야! 너희들 여긴 안 돼! 저리로 가라구! 너희들의 나라는 조선이 아니고, 대일본제국이

야!”

계집애들은 순사들의 큰 칼에 놀라 무리를 져 남쪽으로 도망쳐 내려오다 보니 ‘명성황후의

옛집’이 보였다.

“저기가 국모가 태어난 집이란다. 저리로 가자!”

그들이 그 집 앞에 이르니 집 앞에서 불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 타는 냄새가 코를 찔

렀다.

“야! 너희들 꺼져!” 일본 순사들이 언제 왔는지 역시 큰칼을 들고 눈을 부릎뜨고 후려 칠

듯했다.

“아! 국모가 불에 탄다. 불에……” 계집애들은 울기 시작했다.

순간, 아버지와 큰 오빠가 달려 나오며 큰 소리로 “정선아! 정선아!”라고 부르고 있었다.

“아버지! 큰 오빠!” 정선은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 갔다.

“너 거기 있으면 일본 순사한테 죽어. 집에 가자.” 아버지와 큰 오빠의 손을 잡고 집으로

달려갔다. 초가집 입구에 우물이 그대로 있었으며 버드나무가 그 옆에 크게 팔을 들어 그녀

를 환영 하는 듯했다.

1943년 6월이라고 붓글씨로 쓴 벽지가 눈에 띄였다.

‘1943년이라면, 내 나이 8살인데….’

다음날, 어찌 된 셈인가? 아버지가 일본순사를 따라 집을 나가면서 “ 정선아! 아빠가 서울

갔다가 오는 길에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마. 엄마하고 집에서 잘있어야 한다. 알겠니? ”라

고 말했다. 그러나 가을이 되어 기러기가 기럭기럭 울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남양군도로 징용으로 끌려가셨다.’ 라고 어머니가 일러 주었으나 무슨 말인 줄 몰랐다.

옆집에 사는 14살 중학생 언니도 일본순사에게 끌려 울면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좋은 직장

을 준다고 하면서…

‘정신대로 끌려갔단다.’라고 어머니가 말해 주었으나 역시 무슨 소린 줄 몰랐다.

그리고 다음해 역시 1944년 7월, 논에서 뜸북새가 울고 산에서 뻐꾹새가 울던 날, 여주고

등학교에 다니던 17살 된 큰 오빠가 역시 서울로 간다고 하며 일본 순사를 따라 나섰다. 어

머니는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정선아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올께”라고 말했으나 그해 가을

서리가 나릴 때 기러기가 기럭기럭 울었으나 서울 가신 큰오빠도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비

단구두는 커녕……

“아빠! 큰 오빠!” 정선은 큰 소리로 불러 보았다.

꿈을 꾸고 있었다. 옆에서는 하모니카로 부르는 ‘오빠 생각’이 계속 울려 나오고 있었으며

그녀의 얼굴을 측은 한 듯이 내려다보고 있는 정신과 의사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아버지와 큰 오빠를 만나셨군요?”

“……..” 시어머니는 대답을 못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 노래는 계속 흘러 나왔다.

-여주 땅, 남한강 기슭, 신록사 근처에도 대포소리가 들렸다. 1950년 6월말이었다. 이번에

는 북한 인민군들이 남으로 몰려 내려왔다.

남쪽으로 피난 갔다가 살아서 돌아오니 서늘한 가을이었다.

어머니와 14살 처녀가 된 김정선 그리고 18살짜리 여주고등학생인 둘째 오빠가 우리집 식

구의 전부였다. 남양군도로 징용 갔던 아버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으며 일본군 학병으로

잡혀간 큰 오빠도 돌아오지 않았다.

기러기가 기럭기럭 울기시작 하니 날씨가 덩달아 추워지기 시작했다.

국군이 북진하면서 여주고등학교 3학년, 둘째 오빠가 국방색 군복을 입고 다리에는 갚바를

차고 등에 배낭을 메고 학도병이 되어 서울로 가면서 “정선아! 오빠는 꼭 살아서 돌아올게.

비단구두 사가지고.”라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대열에 합류해 북으로 올라갔다. 눈이 오고

다음해 진달래가 피고 초여름이 돼 뜸북새가 논에서 울고 뻐꾹새가 여주 숲에서 울었지만

작은 오빠도 돌아오지 않았다.

기럭기럭 기러기가 울 때 혹시나 했으나 아버지, 큰 오빠 그리고 작은 오빠, 어느 누구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웬 행운이란 말인가? 뜸북새 노래가 울려나오면서 서울 가신 아버지, 큰 오

빠 그리고 작은 오빠를 한꺼번에 만나다니…..

“아빠! 큰 오빠! 작은 오빠! 보고 싶었어요. 비단 구두, 없어도 좋아, 보고 싶었어요.”

정선은 크게 손을 내저으며 웃고 있었다.-

*

“선생님? 시어머니가 왜 저러죠?”

“하나꼬상, 그대로 두세요. 시어머니는 지금 최면요법을 통해 고향에서 오빠를 만나고 있

습니다. 그리고 아주 행복하십니다. 그냥 그 동요를 틀어 드리세요. 눈을 뜨고 스스로 일어

날 때까지.”

정신과 의사는 갖고 온 동요 CD들을 선물로 드린다고 하며 집을 나섰다. 그리고 내 손을

꼭 잡으면서 속삭였다.

“하나꼬상. 당신은 시어머니와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당신은 친딸보다 더 사랑스

러운 며느리입니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청주 시립 아동 합창단, 어린이들의 노래가 집 밖으로 울려나오고 있었다.

소설 끝

한국 문인협회 계간지 계절 문학에 등재__

저자: 연규호 (소설가. 의사) 현재, 미주한국소설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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