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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인도] 백신 최대 생산국 인도가 ‘코로나 재앙’을 겪고 있는 이유

인도 뉴델리의 한 병원 앞에서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가족들이 슬픔에 잠겨있다
사진 설명,인도 뉴델리의 한 병원 앞에서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가족들이 슬픔에 잠겨있다

인도 연방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지난 3일 기자들에게 델리는 물론 인도 전역 어디에서도 산소 부족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가 이 말을 하던 순간에도 인도의 많은 병원에서는 의료용 산소가 부족해 환자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었다.

인도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의 원장은 의료용 산소가 부족해 발을 동동 굴렀다면서 이는 아이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병원은 지역 정치인이 개입해 막판에 산소를 공급받았다.

연방정부는 산소가 부족하지 않다고 거듭 주장했다. 인도 내무부 고위 관계자인 피유시 고얄은 “(산소)를 운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병원은 정부 지침을 잘 따라 산소를 현명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의사들은 이 같은 정부의 반응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의료용 산소 부족은 인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 피해를 멈추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사례 중 하나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보건부 장관은 지난 3월 인도가 "팬데믹의 끝자락에 왔다"고 공표했다
사진 설명,보건부 장관은 지난 3월 인도가 “팬데믹의 끝자락에 왔다”고 공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산소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경고는 예전부터 있었다.

  • 지난해 11월 인도 의회의 보건 상임위원회는 의료용 산소가 부족하고 공공 병원 병상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올해 2월에는 여러 전문가가 BBC에 인도가 ‘코로나19 쓰나미’를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인도 정부가 임명한 과학자들은 3월 초 인도에서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 이와 반대로 보건부 장관은 같은 달 8일 인도가 “팬데믹의 끝자락에 왔다”고 발표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올해 1~2월 인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9월 중순 일일 평균 확진자 수는 9만 명을 넘었지만, 인도에서 확진자 수는 꾸준히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은 나아지는 듯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인도가 코로나19를 이겨냈다고 선언했고, 모든 공공장소가 문을 열었다.

사람들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혼란을 초래하는 메시지도 한몫했다.

모디 총리는 공식 석상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하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한 선거 유세 현장을 돌았다. 몇몇 장관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선거 캠페인을 벌였다.

4월 14일 열린 '쿰브멜라' 행사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사진 설명,4월 14일 열린 ‘쿰브멜라’ 행사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공중보건 정책 전문가인 찬드라칸트 라하리야 박사는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에 큰 괴리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바이러스학자인 사히드 자밀 박사는 “정부가 2차 유행이 오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지 못하고 너무 일찍 자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게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인도의 의료 인프라와 공공보건시스템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줬다.

병원 밖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은 환자 가족들의 절규로 뒤덮였다. 한 전문가는 “인도의 공공의료 시스템은 원래도 엉망이었지만, 중상층과 상류층이 이를 이번에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에서 돈 있는 사람들은 아플 때 민간병원을 찾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의사를 만나기도 힘든 것이 인도의 현실이다.

건강보험이나 취약계층 의료지원 사업 등이 최근 언급됐지만, 의료진이나 병원 수가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이 없다.

동영상 설명,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31만 명… 아비규환의 인도

지난 6년간 인도의 민간과 공공을 합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3.6%에 그쳤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비율이다. 브라질은 9.2%, 남아공은 8.1%, 러시아는 5.3%, 중국은 5%다.

이는 OECD 평균 GDP 대비 경상의료비에 비해서도 한참 낮다. 예를 들어 2018년 미국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16.9%이었고, 독일은 11.2%이었다. 한편 스리랑카(3.76%)와 태국(3.79%)과 같은 소규모 국가도 인도보다 경상의료비 지출이 많다.

인도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는 10명 이하다. 하지만 일부 주에서는 이 수치가 1만 명당 5명까지 떨어져 의료 수요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도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는 10명 이하다. 하지만 일부 주에서는 이 수치가 1만 명당 5명까지 떨어져 의료 수요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의료용 산소 부족

지난해 코로나19 2차 유행을 대비하는 목적으로 특별 위원회가 여럿 설립됐다. 전문가들은 의료용 산소와 병상, 그리고 치료제가 부족한 이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마헤시 자가드 전 마하라슈트라주 보건장관은 BBC에 “1차 유행이 끝나갈 즈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2차 유행 대비에 들어갔어야 했다”며 “의료용 산소와 렘데시비르 등 치료제의 남은 물량을 확인하고 생산을 늘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인도가 수요 급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만큼의 물량을 확보했다면서, 운반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병상이 부족해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이 병원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 설명,병상이 부족해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이 병원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산소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 열차를 운행 중이다. 산업용 산소까지 의료용으로 돌리며 극약처방에 나섰다.

라하리야 박사는 “절망적인 가족들이 수천루피를 써서 암시장에서 산소통을 사 그 통을 채우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렘데시비르, 토실리주맙 등의 의약품을 사기 위해 암거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 의약 회사의 고위관리자는 1월과 2월 렘데시비르의 수요가 폭락했다며, “그때 정부가 미리 물량을 확보했다면 지금처럼 부족 현상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량을 최대치로 늘렸지만,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황입니다.”

한편 남부 케랄라주는 2차 유행에 미리 대비했다. 케랄라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파타후딘 박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미리 준비한 덕에 주 내에 산소가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병원이 마비되자 코로나19 환자 가족들이 직접 산소통을 채우고 있다
사진 설명,병원이 마비되자 코로나19 환자 가족들이 직접 산소통을 채우고 있다

“우리는 렘데시비르와 토실리주맙 등 치료제도 미리 확보했습니다. 확진자 수가 급증할 것을 대비해 준비 체계를 미리 만들어놨죠.”

자가드 전 마하슈트라주 보건장관은 다른 주들도 케랄라주처럼 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누군가가 잘 해냈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이를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2차 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인도는 시간에 쫓기고 있다.

희망은 백신뿐

변이를 확인하려면 유전자 시퀀싱(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난해 인도 보건부 산하 국립 연구소 10곳이 모여 인도 SARS-CoV-2 유전체학 컨소시엄(INSACOG)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초기에 자금을 확보하는 데 고군분투했다. 자밀 박사는 인도 정부가 변이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비교적 늦게 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지난 2월 중순에야 유전체 분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인도는 전체 샘플의 1%가량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자밀 박사는 이에 비해 “영국은 팬데믹 최고조에 달했을 때 5~6%를 분석했다”면서도 “이런 연구 역량은 하루아침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인도 정부가 선택한 것은 백신 접종이었다.

백신 접종 순간을 영상으로 담는 여성
사진 설명,백신 접종 순간을 영상으로 담는 여성

델리에서 큰 민간병원을 운영하는 한 여성은 “어떤 공중 보건 전문가에게 물어봐도 몇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미 망가진 공공의료 시스템을 복구시킬 실질적 방안은 없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것입니다. 그럼 대부분이 병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고, 의료 시스템에도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당초 7월까지 3억 명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라하리야 박사는 “하지만 정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물량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충분한 물량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인도의 14억 인구 중 약 2600만 명이 백신 접종을 마쳤다. 약 1억2400만 명이 1회 접종을 받았다. 인도 정부가 확보한 물량에 비해 당장 접종할 수 있는 백신 분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연방정부가 45세 이상 인구 백신 접종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6억1500만 도스가 필요하다. 6억2200만 명의 18세 이상 44세 이하 인구를 접종하기 위해선 추가로 12억 도스가 필요하다.

인도는 자국민 우선 접종을 위해 백신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정부는 백신 제조업체인 바이오로지컬 E(Biological E)와 하프킨 인스티튜트(Haffkine Institute)가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또한 인도 정부는 세계 최대 백신 제조업체인 인도 세럼연구소(SII)에 6억900만달러(6852억원) 규모의 신용지원을 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했다.

라하리야 박사는 귀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런 지원이 미리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그때까지 수백만 명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백신 최대 생산국이라고 알려진 인도가 백신과 치료제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현실이 역설적이라고 말한다.

라하리야 박사는 이번 사태가 연방정부와 주 정부 모두에 경각심을 심어주는 경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 정부가 앞으로 보건의료 분야에 더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가 인도가 앞으로 싸울 마지막 팬데믹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미래의 팬데믹은 그 어떤 모델이 예측하는 것보다 더 빨리 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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