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월드USA

[팩트체크] 이란 사격 금메달리스트는 ‘테러분자’일까

美 ‘테러조직 지정’ 혁명수비대 복무 경력에 “금메달 박탈” 요구
주권국가 정규군 테러조직 낙인찍은 美 일방주의 비판 시각도

[AP=연합뉴스자료사진]

2020 도쿄올림픽 사격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이란 대표 자바드 포루기

[AP=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24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이란 대표 자바드 포루기(41)가 ‘테러분자'(테러리스트)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미국이 2년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세파)의 대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포루기가 금메달 수상자가 되자 해외에서 이란 정권을 비판하는 반체제 인사와 인권단체가 그의 군복무 이력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했고 이내 그에게 테러분자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이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포루기의 금메달을 취소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란 현지 방송 자료를 보면 그는 2013년께 혁명수비대에서 의무병으로 복무했다면서 의무대에 속해 이웃 국가인 시리아의 내전 현장에 수주∼한달 기간으로 몇 차례 파병된 적 있다고 인터뷰했다.

    AP통신은 24일 그의 현재 직업이 간호사라고 보도했다.

    이란의 군조직은 공화국군(아르테시)과 정예군으로 평가되는 혁명수비대로 이원화됐다.

    이란은 징병제 국가여서 성인 남성은 공화국군, 혁명수비대 가운데 한 곳에서 약 2년간 의무 복무한다.

    혁명수비대는 자국 내 국방뿐 아니라 미국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레바논 헤즈볼라를 비롯해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예멘 반군, 시리아 정부군 등 중동 내 반미 세력을 직간접으로 후원한다.

    이란에서 군사 분야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에도 영향력이 매우 커 이란 체제의 중추라고 할 수 있다.

    올해 1월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 선박을 나포한 주체도 혁명수비대 산하 해군사령부였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

[AFP=연합뉴스자료사진]

    테러리즘 또는 테러분자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유엔 사무총장실은 2004년 낸 보고서에서 테러리즘을 ‘대중을 위협하거나 특정 정부, 국제기구가 어떤 일을 하도록 또는 하지 못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민간인, 비전투원을 살상, 심각한 신체적 피해를 주려는 행동’이라고 정의했다.

    미국 연방법은 테러리즘을 ‘정치적인 동기로 사전에 계획된 폭력행위로, 비전투원을 표적으로, 국가보다 작은 조직 또는 은밀히 활동하는 요원이 실행한다’라고 정의한다.

    이란에 매우 적대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는 2019년 4월 혁명수비대가 테러리즘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재정을 지원하며 국정 운영의 도구로 테러리즘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테러 조직으로 낙인찍었다.

    미국이 그간 혁명수비대의 고위 인사, 이와 연관된 개인 또는 기업을 테러 지원을 이유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적 있지만 외국의 정규군 전체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것은 혁명수비대가 처음이다.

    지난해 1월 미군은 혁명수비대의 실권자 가셈 솔레이마니 장군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드론으로 폭격해 암살, 양국이 군사 충돌 직전의 위기로 치달았다.

    미국 외에 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곳은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2018년)다.

    이와 달리 유엔, 유럽연합(EU) 등 대체로 미국에 동조하는 다른 국제적 그룹은 혁명수비대를 경계하면서도 테러 조직으로 공식 지정하지는 않았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시각에선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을 해하는 테러 조직일 수 있지만 주권국가인 이란의 헌법에 근거한 정규군이라는 위상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란 전문가는 “혁명수비대는 국제사회에서 인권 유린, 중동의 불안정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받는다”라면서도 “한 나라의 정규군 자체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한 트럼프 정부의 결정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불편한 시각도 동시에 있다”라고 말했다.’

[EPA=연합뉴스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자료사진]

    미국의 국내법에 따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군대에 속한 적 있다고 해서 한 개인을 테러 분자로 부를 수 있는 지도 조심스러운 일이다.

    국제 제재 전문인 신동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미국 정부가 테러 조직이라는 이유로 혁명수비대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더라도 이 조직에 복무한 개개인이 자동으로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메달을 딴 포루기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려면 미국 정부가 별도로 그에 대해 제재를 내려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포루기가 민간인을 상대로 한 살상 작전에 연루됐다는 유력한 정황 또는 확증이 없다면 그는 ‘미국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이란의 정규군에 의무 복무했던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신 변호사는 “혁명수비대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가를 고려하면 포루기의 군복무 이력에 대한 논란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라며 “자국의 국대에 의무복무했을 뿐인데 과도한 비판이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출전 자격과 관련해 IOC는 28일 독일 매체 디벨트에 “국제적 규칙을 지켜 예선을 통과해 자국의 대표가 된 선수는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라며 “많은 선수가 자국 군대에서 복무한다”라고 밝혔다.

    hskang@yna.co.kr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hskang@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연합뉴스>

Leave a Reply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