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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도시 문닫은 주유소…경제위기 레바논 연료난에 ‘생지옥’

상가 영업중단 또는 단축…대중교통 멈춰서 출근도 못해
암시장 석유제품 가격 한달만에 5배 이상 치솟아

[AP=연합뉴스]

전기 공급 중단으로 불이 꺼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밤 풍경

[AP=연합뉴스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지중해 연안의 중동국가인 레바논의 경제 위기가 끝을 모르는 수렁에 빠지면서 주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수도 베이루트의 한 카페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30대 여성 아일라는 2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이틀간 집에 단 1분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밤에 한숨도 못 잔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제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잠까지 우린 모든 걸 빼앗겼다”며 “이것이 생지옥”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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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공급 중단에 따른 영업시간 축소를 알리는 베이루트의 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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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라가 겪는 이 끔찍한 상황은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연료가 바닥난 레바논 시민들이 누구나 겪는 일상이 되었다.

    레바논의 경제 위기는 2019년에 시작됐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과 지난해 8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의 여파가 더해지면서 위력이 커졌다.

    대폭발 참사후 새 내각 구성 지연으로 국정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년 만에 90% 이상 폭락한 현지 화폐(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시민들의 일상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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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불빛을 비추면 면도를 하고 있는 베이루트의 이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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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수입 물품 대금 지급이 어려워지자 연료와 의약품 등의 수입이 사실상 중단됐다.

    연료 부족으로 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시민들은 하루 22시간 이상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기 부족으로 도시는 밤이면 암흑에 갇히고, 주요 상가와 은행 등은 영업시간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영업을 중단하기도 한다.

    전기가 끊긴 베이루트의 한 이발소에서 휴대전화 전등을 비춰 손님에게 면도해주던 아마드는 “우리는 굴욕적인 상황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중앙은행이 보유외환 감소를 이유로 최근 석유 등 연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지난 19일부터는 전국의 주유소들도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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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부족으로 영업을 중단한 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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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앞에 차를 세우고 연료 판매가 재개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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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료를 구하지 못한 차량 소유자들이 주유소 앞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지만, 영업이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택시 운전기사 아부 카림은 “주유소 밖에 이틀간 차를 세워두고 있는데 아직도 휘발유를 사지 못했다”며 “이보다 더 굴욕적인 상황이 있겠나”라고 개탄했다.

    연료 부족으로 대중교통까지 멈추어 서다보니 최근 회사원들은 아예 출근을 못하기도 하고, 일부는 회사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자체 발전기를 돌려 문을 연 카페에는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충전하기 위해 몰려들기도 한다.

    절박한 사람들은 연료를 구하기 위해 암시장으로 발길을 돌리지만, 연료 가격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뛰었다.

    빵집 체인의 매니저인 엘리 즈웨인은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암시장에서 석유를 샀는데, 20ℓ 가격이 50만 파운드(고정환율 기준 333달러)로 지난달보다 5배 이상 비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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