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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두테르테의 눈엣가시 언론인 노벨평화상 수상

“사실없인 어떤 것도 불가능함 보여줘”
‘마약과의 전쟁’ 비판 매체 래플러 공동 대표 마리아 레사
타임 선정 2018 올해의 인물

[EPA=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자료사진)

[EPA=연합뉴스]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올해 노벨평화상을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와 공동 수상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58)는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스트롱맨’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선 인사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각종 정책을 비판해 온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Rappler)의 공동 설립자다. 래플레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를 자주 게재했다.

    래플러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강력히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용의자 등이 재판 없이 사살되는 이른바 ‘초법적 처형’ 문제 등을 제기하며 정부와 날 선 대립각을 세워왔다.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 과정에서 6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노벨위원회가 이날 선정 이유에서 레사 대표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위한 용감한 싸움을 벌였다”며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더 불리한 조건에 직면하고 있는 세상에서 이러한 이상을 옹호하는 모든 언론인을 대표한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한 래플러를 이끈 레사 대표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눈엣가시’로 여겨져 정치적 박해를 받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19년 2월에는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됐고, 한 달여 뒤에도 외국인 투자 관련 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가 당일 풀려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결국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최대 6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보석이 허가돼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 방침을 밝혔다.

    레사 대표는 당시 “이번 판결은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타격”이라고 비판하면서 언론 자유 등을 위한 지속적인 투쟁을 다짐했다.

    국내외 언론·인권단체 등도 레사 대표에 대한 필리핀 당국의 조처가 언론탄압이라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레사 대표는 권위주의 정권에 맞선 일련의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8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8 올해의 인물’로 뽑혔으며, 제70회 세계신문협회가 시상한 ‘황금펜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노벨상 수상은 사실(facts)이 없이는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그는 래플러측과 화상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사이의 관련성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이 없는 세계는 진실과 신뢰가 없는 세계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특히 레사 대표는 오늘날처럼 언론이 중요한 적이 없었다고 시대를 진단했다.

    그는 “래플러가 매일 폐간 가능성을 안고 살아간다”며 “우리가 늪에 빠졌지만 앞에 북극성을 계속 두고 사실을 수호하면 권력에 책임을 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리핀 헌법에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한 것, 우리가 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셜미디어와 그 알고리즘 체계를 통해 전파되는 허위사실에 대한 경고도 뒤따랐다.

    레사 대표는 “나는 그것을 우리 정보 생태계에서 폭발하는 원자폭탄에 비유한다”며 “2차 세계대전 뒤에 그랬듯 세계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사 대표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이나 필리핀 정부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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