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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변희수: 한국의 첫 트랜스젠더 군인이 남기고 간 숙제

변 전 하사는 창군 이후 현역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첫 여성이다
사진 설명,변 전 하사는 창군 이후 현역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첫 여성이다

“수술을 하고 계속 복무를 하겠느냐, 부대 재배치를 원하느냐는 군단장님의 질문에 저는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는 답을 하였습니다.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지난 2020년 1월, 육군본부가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변희수 하사의 전역을 결정한 이후, 변 전 하사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변 전 하사는 그 기회를 얻지 못하고 향년 2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가인 김기홍 씨가 사망했다. 그는 제주퀴어공동조직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총선에서는 녹생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나오기도 했다. 김 씨의 사망 불과 열흘 만에 이어진 비보에 각계에서 애도와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당당한 모습의 멋진 군인,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고 사망 소식을 알렸다.

이어 “기갑의 돌파력으로 군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버리겠다며 크게 웃던 전차조종수 변희수 하사를 기억한다”며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함께 꿈꾸던 이들의 따뜻한 인사 속에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성명을 통해 “성별 고정관념이 가장 팽배한 집단인 군을 향한 고 변 하사의 용기어린 결단과 행동”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과 그 부모에게 큰 힘이자 위안이자 희망이었다”며 “더 이상 성소수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인 ‘트랜스해방전선’은 추모 논평을 발표해 “수많은 트랜스젠더 퀴어 당사자들은 변희수 하사님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으며, 우리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 여기에서 공유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트랜스젠더인 가수 겸 배우 하리수도 개인 인스타그램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변 전 하사를 추모했다.

정치권 일각 또한 추모의 목소리를 보탰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SNS를 통해 “참담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변희수 하사의 죽음 앞에 정치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는가”라며 “그토록 원했던 삶을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권인숙 의원도SNS에 “전혀 본 적이 없지만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지지부진한 평등법,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정말 국회는 부끄러워 해야 한다”면서 “적어도 이런 아픈 죽음은 막으려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 전역, 그 이후

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설명,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변 전 하사는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사회의 편견과 싸웠다. 변 전 하사는 창군 이후 현역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첫 여성이기도 했다.

육군은 2019년 11월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전역시사위원회에 회부했다.

변 전 하사는 수술 후 법원에 낸 성별 정정 허가 신청을 이유로 전역심사 연기를 요청했고, 국가인권위는 심사를 3개월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군은 2020년 1월 22일 변 전 하사의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법원은 같은 해 2월에 변 전 하사의 성별을 여성으로 인정했다.

변 전 하사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군은 지난해 7월 변 전 하사의 ‘강제 전역’ 취소 요청을 기각했다.

그리고 8월, 변 전 하사는 대전지법에 육군 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냈다. 대전지방법원은 오는 4월 이 소송의 첫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성전환자 군 복무 세계 현황

한국 군인

전 세계적으로 성전환자에게 군 복무를 허용하는 국가는 19개국이다.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 영국 등이 대표적이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이스라엘 역시 허용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태국이 유일하게 성전환자 군 복무를 허락하고 있지만, 호르몬 치료나 가슴 수술을 한 성전환자만 대상이라 부분적 허용 국가로 분류된다.

미국의 성전환자 군 복무 허용 여부는 정권에 따라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의 입대를 사실상 금지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미국이 포괄적으로 모두를 포용할 때, 이 나라는 더 강해진다”며 “군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격을 갖춘 모든 미국인이 군복을 입고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것이 군대와 나라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는 트랜스젠더

분홍·하늘·흰색 선이 그어진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깃발’
사진 설명,분홍·하늘·흰색 선이 그어진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깃발’

트랜스젠더는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다른 성별정체성을 지닌 사람이다.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들이 경험하는 혐오와 차별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월 9일 공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 중 65.3%가 지난 12개월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이런 혐오와 차별은 당사자들의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57.1%는 우울증을, 24.4%는 공황장애를 2019년 한 해 동안 의료기관에서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다.

트랜스젠더들은 학교와 직장에서도 각종 차별과 혐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교에 다닌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67%가 수업 중 교사의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최근 5년간 구직 활동 경험이 있는 트랜스젠더 응답자 중 57.1%가 성별 정체성과 관련해 구직 포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구직 활동 중 주민등록번호에 제시된 성별과 외모 등 성별 표현이 일치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응답자는 37%에 달했다.

연구진은 “세계적인 흐름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심각한 문제로 보고 적극적인 대응을 취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서는 트랜스젠더에 관한 법과 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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